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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해부 (권력형 부패, 배신의 서사, 느와르 미학)

by leedo112 2026. 1. 30.

영화 아수라
영화 아수라(2016)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한국 범죄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문제작입니다. 안남시를 배경으로 권력과 범죄가 결탁한 암흑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저평가된 수작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권력의 추악한 민낯과 인간성의 붕괴를 냉혹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권력형 부패: 안남시를 지배하는 어둠의 카르텔

 

영화 <아수라>의 핵심 축은 안남시 시장 박성배를 중심으로 형성된 권력형 부패 구조입니다. 박 시장은 재개발 이권을 위해 조폭과 결탁하며 온갖 더러운 일을 일삼는 전형적인 부패 정치인입니다. 검찰 기소 후 2심 재판을 앞둔 그는 심복인 한도경 형사에게 검찰 측 증인 제거를 사주하며 법의 심판을 비웃습니다. 결국 검찰 측 증인이 불참하자 박 시장은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시스템마저 농락합니다. 한도경은 말기암 아내의 치료비 때문에 박 시장 휘하에서 불법적인 일을 맡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인물입니다. 그는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상징이면서도 권력자의 사병으로 전락한 모순적 존재입니다. 김차인 검사는 이민섭을 구하는 조건으로 작대기를 잡고, 도경이 박성배를 못 잡는 이유를 설명하며 그를 압박합니다. 도경은 검찰에 협조하면 감옥에 가고, 협조하지 않으면 박성배에게 제거될 위험에 처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집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부패를 상징합니다. 정치권력과 범죄조직, 사법기관이 유착된 카르텔 구조는 개인의 윤리적 선택을 무력화시키며, 시스템 자체가 부패의 온상임을 보여줍니다. 박 시장이 300억 원어치 마약을 날리자 선모에게 이회장과 도경을 데려오라고 지시하고, 박 실장을 대타로 내세워 죄를 덮으며 사고를 위장해 입을 막는 장면들은 권력자의 증거 인멸 능력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잔인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구치소의 작대기까지 제거하는 치밀함은 권력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음을 암시합니다.

 

배신의 서사: 붕괴하는 인간관계와 도덕적 타락

 

영화의 또 다른 핵심 축은 배신과 타락으로 점철된 인간관계의 붕괴입니다. 도경의 파트너 선모의 등장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처음 도경을 형처럼 따르던 선모는 박 시장 밑에서 점차 폐악무도하게 변해갑니다. 특히 선모가 박 시장의 골칫거리인 태병조를 살해하는 장면은 그가 순수했던 모습을 잃고 악마로 변모하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이 일로 인해 친형제 같던 도경과 선모의 관계가 틀어지며, 둘 사이의 균열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검찰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도경은 죄를 면책받는 조건으로 김차인 검사의 스파이로 활동하게 됩니다. 도경은 박 시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윤 실장이 민평동에서 꾸미는 일을 쫓으라는 김차인의 지시를 받습니다. 윤 실장을 따라 건물로 들어간 도경은 조선족 범죄자들과 마주치고 격투를 벌이며, 추격전 끝에 과일 상자로 위장된 마약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차량 폭발로 박 시장의 마약이 불타버리며 결정적 증거는 사라집니다. 박 시장의 혐의를 증언할 인물들이 모두 제거되자 김차인 검사는 도경을 다그칩니다. 문신투성이가 된 얼굴처럼 궁지에 몰린 도경은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다고 느낍니다. 그는 아내를 배웅한 후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박선우 차장 장례식으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권력과 탐욕에 물든 인간 군상의 추락이며, 선과 악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세계입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모두 부패와 범죄에 깊이 연루되어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이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배신의 서사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타락을 넘어 시스템 전체가 인간성을 말살하는 구조임을 폭로합니다.

 

느와르 미학: 파멸로 치닫는 잔혹한 미장센

 

<아수라>는 전형적인 노누아르(Neo-noir) 장르의 미학을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박선우 차장 장례식장에서의 대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모든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입니다. 박선우 차장과 마주 앉은 도경은 분노를 표출하며 박 시장을 자극합니다. 도경은 박 시장에게 검찰의 존재를 폭로하고, 박 시장과 김차인의 독대가 이루어집니다. 이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은 폭력이 터지기 직전의 숨막히는 정적을 담아냅니다. 사이가 소원해진 선모와 도경이 독대하며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은 영화의 비극성을 극대화합니다. 총 소리를 신호 삼아 장례식장은 욕설과 비명으로 가득한 아수라장이 됩니다. 싸움 끝에 검찰팀 대부분이 살해당하고 김차인은 박 시장에게 목숨을 구걸합니다. 도경은 박 시장의 총에 맞지만, 쓰러진 그의 눈에 총알 하나가 들어오며 반격을 준비하는 장면은 노누아르 특유의 비극적 영웅상을 완성합니다. 영화는 장례식장을 메운 악인들의 마지막 모습과 도경의 독백을 남기며 씁쓸하게 막을 내립니다.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이 아니고 잔인한 연출, 어색한 욕설 연기 등으로 흥행에 실패했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리얼한 연출, 장르에 어울리는 잔혹함은 매력적입니다. 강렬한 액션과 음울한 분위기는 관객을 압도하지만, 과도한 폭력과 비극적 결말은 불편함과 피로감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잔혹함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단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장치로 기능하며, 한국형 노누아르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결론

 

영화 <아수라>는 권력과 탐욕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냉혹하게 보여준 문제작입니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부패와 도덕적 붕괴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저평가된 수작으로서 재조명받을 가치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rxftEevDi-M